
여러 명이 한 학생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사건은 학교 안에서의 다툼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공동폭행, 강요, 공갈, 사이버 괴롭힘 등 여러 죄명이 함께 적용될 수 있는 형사사건입니다. 형사고소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절차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별개의 절차이므로 동시에 진행할 수 있고, 신고 즉시 가해 학생과 최대 3일간 분리될 권리도 보장됩니다. 가해 학생의 나이에 따라 형사처벌 여부는 달라지지만 학폭위 조치는 나이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며, 이와 별도로 부모를 상대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합니다. 자녀가 집단괴롭힘 피해를 입었다면 무엇보다 초기 증거 확보와 절차별 대응 순서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단괴롭힘은 정확히 어떤 범죄에 해당하나요
'집단따돌림'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과 달리, 실제 상황을 들여다보면 여러 개의 범죄가 겹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럿이 함께 신체적으로 괴롭혔다면 공동폭행이나 공동상해가 성립하고, 돈이나 물건을 강제로 빼앗겼다면 공갈죄가, 심부름을 강요하거나 원치 않는 행동을 강제로 시켰다면 강요죄가 적용됩니다. 강요죄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단체나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됩니다. 여기에 2명 이상이 공동으로 범행했다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이 다시 2분의 1까지 가중될 수 있습니다. 단톡방이나 SNS에서 모욕적인 말을 반복하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 신체 접촉을 동반한 괴롭힘이라면 성범죄까지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자녀가 겪은 상황을 '따돌림'이라는 하나의 단어로만 정리하지 마시고, 실제로 어떤 행위들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나눠서 파악하시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형사고소와 학폭위는 서로 다른 절차입니다
많은 학부모님들이 "학폭위에서 처리되고 있으니 경찰에 따로 신고할 필요는 없겠지"라고 생각하시는데, 이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학폭위는 학교 내에서 가해 학생에 대한 교육적 조치와 피해 학생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절차이고, 형사고소는 국가가 범죄로서 처벌하는 절차로 목적과 판단 기준이 다릅니다. 두 절차는 동시에 진행할 수 있고, 한쪽 결과가 다른 쪽에 자동으로 반영되지도 않습니다. 즉 학폭위에서 가해 학생이 전학 조치를 받았다고 해서 형사고소를 포기할 필요가 없고, 반대로 형사고소를 준비 중이라 해도 학폭위 신고를 미룰 이유가 없습니다. 실제로는 두 절차를 함께 준비하시는 것이 자녀를 보호하는 데 훨씬 유리합니다.
신고 즉시 가해 학생과 분리될 권리가 있습니다
학교가 학교폭력 사안을 인지하면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최대 3일간 즉시 분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는 2021년 도입된 제도로, 조사나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 피해 학생이 계속 같은 공간에서 가해 학생과 마주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다만 피해 학생 본인이 서면으로 분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힌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 절차를 활용하실지 여부는 자녀의 상태를 보고 판단하셔야 합니다.
피해 학생을 위한 보호조치도 별도로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뿐 아니라 피해 학생을 위한 보호조치도 함께 규정하고 있습니다. 심리상담 및 조언, 일시보호,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 학급교체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피해 학생 측에서 학급교체나 전학을 요청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가해 학생이 전학 처분을 받는 경우와는 별개로, 피해 학생 스스로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가해 학생의 나이에 따라 형사처벌 여부가 달라집니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신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되어 보호처분을 받고,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소년은 형사책임을 질 수 있어 사안에 따라 형사재판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가해 학생이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학폭위 조치는 나이와 무관하게 그대로 진행되고, 부모를 상대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별도로 가능합니다. 민법 제755조에 따라 미성년 자녀에 대한 감독의무자인 부모에게 정신적·신체적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으므로, 형사처벌 여부에 관계없이 구제받을 방법이 남아 있다는 점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지금 부모님이 하셔야 할 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증거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병원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서, 신체 외상이 있다면 사진이나 영상, CCTV 영상 확보 요청, 단톡방이나 SNS의 협박·모욕 메시지 캡처, 함께 있었던 친구들의 목격자 진술을 최대한 빨리 모아두셔야 시간이 지나 자료가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후 학교에 학교폭력 신고와 즉시분리를 요청하시고, 동시에 형사고소 여부를 검토하시되 어떤 죄명으로 고소할지, 어떤 증거가 더 필요한지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전문가와 함께 정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자녀가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다시 상처받지 않도록 심리적 지원을 함께 챙기시는 것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