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학교폭력으로 경찰에 신고당하면 부모는 누구나 무너집니다. 하지만 그 순간 부모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앞날이 달라집니다. 감정에 휩쓸린 대응은 오히려 아이를 더 어려운 상황으로 몰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신고 직후 부모가 해야 할 일,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 그리고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를 통해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지 이야기합니다.
"우리 아이가 경찰서에서 오라고 합니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습니다. 밤늦게 걸려온 상담 전화였습니다. 그날 낮, 아이가 학교폭력으로 경찰에 신고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어머니였습니다.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는데", "설마 경찰서까지 가야 하는 일인가",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것은 질문이라기보다 무너지는 마음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도 이 상황을 상상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이 일이 내 아이에게 닥치면, 머릿속이 하�게 되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부모님들을 오래 만나오면서 한 가지를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 순간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가 아이의 다음 1년을, 때로는 그 이후를 바꾼다는 사실입니다.
신고 직후,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이 앞에서 무너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부모가 흔들리면 아이는 더 크게 흔들립니다. 화를 내거나 다그치는 것도, 반대로 눈물부터 쏟는 것도 아이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가 됩니다. 아이가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 아빠가 너를 지킬 거야"라는 안정감입니다.
그다음은 사실관계를 차분히 정리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이의 입장에서, 그리고 상대방의 주장은 무엇인지 감정을 빼고 들어야 합니다. 이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상대방이나 상대 부모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입니다. 사과의 마음이든 억울함이든, 직접 연락은 회유나 2차 가해로 오해받아 오히려 아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무런 준비 없이 아이를 경찰 조사에 내보내는 것입니다.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은 이후 모든 절차의 기초가 됩니다. 어린 학생은 겁에 질려 하지도 않은 일을 인정하거나, 반대로 반성 없는 태도로 비쳐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그 진술 하나하나가 기록으로 남아 아이의 앞날을 좌우한다는 점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변호사가 필요한 이유
"아이 일인데 변호사까지 필요할까요." 많은 부모님이 처음에는 이렇게 물으십니다. 그러나 학교폭력 사안은 부모의 상식과 애정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하나의 사건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경찰 조사로 시작된 형사·소년 절차, 학교에서 열리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그리고 상대방이 청구할 수 있는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이 세 절차는 서로 별개이면서도 한쪽에서의 진술이 다른 쪽에 그대로 영향을 미칩니다. 각 절차의 기준과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대응하면, 한 곳에서의 실수가 모든 절차에서 아이의 발목을 잡게 됩니다.
또한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가려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명백한 잘못은 진정성 있게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아이에게 유리하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까지 그대로 인정하면 실제보다 훨씬 무거운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 경계를 정확히 짚고, 경찰 조사에 앞서 아이가 위축되지 않도록 준비시키며, 심의위원회에 제출할 의견서와 소명자료를 사안에 맞게 준비하는 일. 이것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전문적인 조력의 영역입니다.
무엇보다 변호사는 부모님이 감정에 휩쓸려 그르치기 쉬운 순간, 아이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짚어드리는 사람입니다. 흔들리는 부모 곁에서 함께 방향을 잡아드리는 것, 그것이 조력의 진짜 의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준비 없이 대응해 처벌로 이어진 사례
기억에 남는 사안이 있습니다. 중학생 아이가 후배를 지속적으로 괴롭힌 일로 신고된 경우였습니다. 부모님은 "애들끼리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여기고 별다른 준비 없이 아이를 경찰 조사에 내보냈습니다. 아이는 겁에 질려 사실과 다른 부분까지 두루뭉술하게 인정했고, 반성하는 태도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사안의 지속성과 반복성이 부각되며 무거운 조치로 이어졌고, 소년보호처분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저를 찾아오셨을 때는 이미 초기 진술이 기록으로 굳어진 뒤였습니다.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처음부터 준비했더라면 충분히 달랐을 결과였기에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이 사례가 말해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이의 잘못이 있더라도, 그것이 실제보다 무겁게 다뤄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되 다툴 것은 다투고, 반성의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돕는 것. 그 초기 대응의 유무가 아이의 결과를 가릅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곧 아이가 나쁜 아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실수하고, 그 실수를 통해 배웁니다. 부모의 역할은 그 실수를 덮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필요 이상의 상처를 입지 않도록 지키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무거운 마음으로 읽고 계신 부모님이 있다면, 한 가지만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혼자 감당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 곁에서, 그리고 부모님 곁에서 함께 방향을 잡아드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지금의 막막함 속에서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